[창업통 칼럼]손님탓? 주인탓?

음식점 매출부진의 원인, 손님 탓일까? 주인탓일까?

성공하는 음식점과 실패하는 음식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음식점 사장의 생각과 철학이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성공음식점의 주인들을 만나보면 늘 고객들에게 감사한다는 표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반면 매출부진, 실패 매장을 방문해 보면 한결같이 주인들은 그 동네 소비자들의 수준을 따지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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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불평불만이자 책임전가이다. 우리집 음식은 아주 수준도 높고 맛있는데 주변 고객들의 수준이 낮아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항변한다. 동네가 싼동네라서 수준이 너무 낮다면서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과연 그럴까?

몇해 전 필자는 수도권 위성도시의 한 변두리 상권에서 매출부진 횟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의 방문요청을 받고 현장을 나가게 되었다. 매장에 도착해서 주인과 점포 운영 전반에 걸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횟집 주인은 누구나 상호만 얘기하면 알 수 있는 강남의 특급호텔 일식 조리사 출신의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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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실력좋은 조리사들이 음식점을 창업하면 성공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권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맛을 담보하는 조리부문과 전체적인 경영이라는 차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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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단 및 시장조사 결과 컨셉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서민층 밀집상권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수요를 노려야 됨에도 불구하고 메뉴구성을 보면 중고가 일식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가격은 중고가인데 음식점 위치도 2층이고, 점포자체의 고객가시성과 접근성 또한 취약했다. 시설경쟁력 또한 대중횟집도 아니고 고급 일식점도 아닌 어정쩡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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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를 마치고 사장과 실패원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조리장 출신 사장님은 필자에게 항변아닌 항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동네는 소비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다들 싸구려 횟집만 다닐 줄 알았지, 저같은 고급요리를 알아주질 못한다니까요.” 사장님의 자조섞인 항변에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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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요리실력은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인데 동네 수준이 낮아서 요리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객들의 수준이 한심스럽다는 요지의 얘기였다. 어처구니 없는 반응에 잠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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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맘에 안들면 자신의 높은 특급호텔 요리 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부자동네에다 오픈을 해서 영업을 하면 됐지, 왜 이제 와서 동네 수준 타령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동네에서 독립을 하기엔 투자금액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상권을 찾았을게다. 서민층 상권에서 점포를 차렸으면 그 동네의 소비자 수준에 맞춰서 영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자의 마인드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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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컨설턴트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위의 횟집 사장과 같은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리장 출신 사장님들의 음식 요리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적어도 내 요리실력 만큼은 늘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하는 경영마인드 자체는 결여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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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내기를 위해 조리를 하는 것 자체는 일종의 제조업 마인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자신의 물건만 잘 만들려고 노력하면 된다. 반면 제조업체에서 만든 상품을 어떻게 고객들에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영업마케팅 부서의 역할이다. 음식점 사장의 역할은 제조업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고객의 니즈파악을 할 수 있는 영업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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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부촌이라고 하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주인장도 고객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상권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음식점 주인을 만난 적이 있다. 40대의 여성 사장님의 일성은 '테헤란로는 강남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손님들 대부분이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호주머니가 가볍다고 하소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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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장인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운 것을 어찌 직장인들의 탓으로 돌릴 수 있으랴. 가벼운 직장인들의 소득수준에 맞는 식사메뉴와 저녁 회식메뉴를 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준탓만 하고 있으니 장사가 잘 될 리가 만무하다.

잠실에서 2대째 대형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한 음식점 부자 사장님의 충고가 생각난다.

“저는 집에서 잠을 자고 나가면서 간과 쓸개는 집에 보관해 놓고 나갑니다.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면 주인의 체면치레따위는 잊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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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와 닿는 얘기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못배우고 할 것 없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 경영자의 80% 이상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대부분이다. 음식점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이다. 갈곳많은 고객들은 늘 까다롭기 마련이다. 그들은 소위 음식점에 가면 객단가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대접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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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심리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은 손님 탓으로 불만을 돌리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한국의 외식 소비자들은 갈곳이 많다. 갈곳많은 소비자들은 늘 까다롭다. 그 까다로운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터치해줘야만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음식점의 성패는 고객의 눈높이를 얼마나 잘 따라잡느냐의 유무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늘 망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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